본문 바로가기

어떻게 할것인가

兄弟投金

...恭愍二十一年... 時又有民兄弟偕行 弟得黃金二錠 以其一與兄 至陽川江同舟而濟 弟忽投金於水 兄怪而問之

答曰吾平日愛兄甚篤 今而分金忽萌忌兄之心 此乃不祥之物也不若投諸江而忘之 兄曰汝之言誠是矣 亦投金於水...

((高麗(고리(고려))) 恭愍王(공민왕) 21년(1372년)(을 전후로 한) 무렵... 어떤 형제가 있어 함께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어리를 얻게 되어 그 중 하나를 형에게 주었다. 양천강에 이르러 배를 타고 같이 건너다가, 아우가 갑자기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형이 괴이하게 여겨 물은즉, 아우가 답하기를, "평소 저는 형님을 매우 사랑해왔는데, 이제 금덩이를 나누고보니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홀연히 싹트게 되니 이는 상서(祥瑞)로운 물건이 아닙니다. 강에 던지고 잊어버리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형은 "네 말이 옳다"고 하며, 역시 금덩이를 물에 던졌다...

(出典: 高麗史一百二十一 列傳卷第三十四, 孝友(傳) > 鄭愈)

--------------------------

 

어떤가?

자신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바라보고 시인(是認)하며 그에 따라 머뭇거림없이 결연(決然)하게 행동하는 아우와 그를 옳게 여겨 함께 행동하는 형이 모두 멋지지 않은가? 이처럼 형제간 友愛에 모든 힘을 다한 者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장려(獎勵)해야 한다고 여겨졌기에 高麗史 列傳에 오르지 않았겠는가?

 

이제 이야기를 바꾸어보자.

어떤 형제가 함께 길을 가던 중, 형이 황금 두 덩이를 얻게 되어 한 덩이를 아우에게 주었다. 얼마 후에 같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형은 자신이 갖고 있던 황금 한 덩이가 아우를 꺼리게 하는 마음을 싹트게 함을 느끼고 이내 그것을 강에 던져버렸다. 高麗史 列傳속 아우와 반대로, 황금을 나누어받기 전부터 이래저래 형을 시기(猜忌)해오던 아우는, 황금을 나누어준 형에게 고마워하거나 형처럼 그것이 祥瑞롭지 못하다고 여겨기는커녕, 도리어 형이 가진 황금덩이마저 갖고자 속으로 이리저리 궁리해왔다. 그러다가 형이 물속에 황금을 던진 것을 보고는 더욱 속이 뒤틀린 아우는, 곧 눈을 부릅뜨며 형에게 왜 그리 멍청한 짓을 하느냐고 윽박지른다. 형이 그런 아우를 달래줄 말을 찾고 있던 잠깐 사이, 아우는 강물 속에 들어앉은 코쟁이 물귀신과 작당(作黨)하기에 이른다. 그 코쟁이 물귀신은 자신의 축축한 팔 끝에 붙은 뱀 주둥이 같은 주둥이를 아우에 귀까지 붙여대고 속삭인다. "함께 탄 배를 뒤집어 형을 물속에 빠뜨린 후 머리를 짓눌러 가라앉히면 강바닥에 내려앉은 황금덩이를 주겠다"고. 아우는 그 코쟁이 물귀신과 作黨한 것이 아니라(그 어떤 惡鬼도 욕심(慾心)으로 속이 뒤틀려 미쳐버린 자와 '동맹(同盟)'을 맺지는 않으며, 철저하게 속이고 등쳐먹을 뿐이다) 사실은 자신의 더러운 慾心 때문에 그 惡鬼가 거짓으로 홀리는 말에 스스로 속아넘어간 것이다. 

----------------------------------------

 

우리가 발디딘 남녘땅은 어떠한가? 

바뀐 이야기에 나오는, 더럽고 역겨운 慾心으로 미쳐버린 아우와 별다를 바 없지 않은가?

미쳐서 배를 뒤집으려 하는, 물에 가라앉은 황금을 갖겠다고 형을 죽이려드는 아우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른가?

 

점점 위험하게 미쳐가는 아우를 앞에 두고,

코쟁이 물귀신과 아우가 합심하여 흔들어대는 배를 애써 붙들며,

그 형이 이윽고 어떤 결심(決心)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決心과 그에 따른 행동을 어찌 바라볼 것인가?

 

자의(自意)든, 타의(他意)든, 세뇌(洗腦)든, 착각(錯覺)이든, 개인(個人)으로든, 집단(集團)으로든, 이 모든 게 얼마씩 섞여 타성(惰性)처럼 이어졌든, 남녘땅 우리가 지금껏 그 아우처럼 행동해왔다면,우리는 이제 어찌할 것인가?

 

형과 힘을 합쳐 그 코쟁이 물귀신을 물리치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 황금덩이를 받기 전의 잘못까지 뉘우치는 떳떳한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慾心대로, 惰性대로, 코쟁이 물귀신이 줴쳐대는 거짓말에 매인 채로,자신도 물 속에 빠져죽고 형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어두운 나락(那落)으로 계속 빠져들 것인가?

 

그 중간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