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가 간다 어딘가로
지구 어딘가로 달라가 간다
어디로 가는가 달라는
어디로 가는가 달라는
살찐 땅에서 오히려 부황 뜬 얼굴
누런 바탕의 아시아로 간다
황금으로 오히려 가난한 대륙
검은 태양의 아프리카로 간다
빚에 눌린 빈사의 항구
바나나 공화국 라틴아메리카로 간다
왜 그리로 가는가 달라는
왜 그리로 가는가 달라는
그곳에 빵을 기다리는 굶주린 인류가 있어서인가
그곳에 평화를 그리는 부러진 날개의 새가 있어서인가
그곳에 자유를 꿈꾸는 가위눌린 나무가 있어서인가
아니다 거기 가면 아시아에 가며
보다 넓은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거기 가면 아프리카에 가면
보다 값싼 *로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거기 가면 라틴아메리카에 가면
보다 높은 *리윤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가 간다 어딘가로
지구 어딘가로 달라가 간다
원조라는 미명으로 가고
오늘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차관의 너울을 쓰고 가고
*래일은 빛 좋은 개살구
경제협력이란 망또를 걸치고 간다
("달라 1", 「나의 칼 나의 피」, 실천문학사, 1988(1993), 65-66쪽)
(原文의 '노동력'을 "로동력"(勞動力), '이윤'을 "리윤"(利潤), '내일'을 "래일"(來日)로 바꾸어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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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땅에서 오히려 부황 뜬 얼굴
누런 바탕의 아시아로 간다"라는 두 줄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30여년 전의 관찰이 30여년이 흘러서도,
시리고 시린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곳 남녘땅은 이리도 '잘 살게' 되었다 하면서,
모녀(母女), 모자(母子), 부자(父子) 등이 생활고(生活苦)를 못이겨
가족 단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땅이다.
이곳 남녘땅은
그 '잘 산다는 것'이 처절하게 쓰라리고 역겨운 거짓인,
거짓의 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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