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萬 詩, 多 쓴 詩

[김남주] 오늘은 그날이다 1

丹心 2024. 10. 30. 00:34

오늘은 그날이다

투쟁의 칼을 세워 놓고 내가

민족해방전선에 가입한 날이다

그날 나는 다짐했다 손 위에 손을 포개고

동지와 함께 한 별을 우러러보며

 

해방의 한길에서 우리 변함없자고

천고비 만고비 넘어야 할 시련의 고비에서

너와 나 우리 굴함없자고

그날을 위해서라면

승리의 그날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우리 불사하자고

 

오늘은 그날이다

해방전사로서 내가 최초로

밤의 담벼락을 넘어

부자집의 편안한 잠자리에 칼을 들이댄 날이다

최초로 부자들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날이다 살려달라고 그때

력사의 입김은 내 귓전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모가지에 칼이 들어가야 그들은

착취의 손을 놓더라고.

 

 

("오늘은 그날이다 1" 「조국은 하나다」, 도서출판 南風, 1988, 211쪽)
('역사'를 "력사(歷史)"로 바꾸어 옮겼다.)

--------------------------------------------------

 

36년전 김남주 시인에게, 

"모가지에 칼이 들어가야 그들은 

착취의 손을 놓더라"는 소리가 들렸다해도,

우리 발딛고 선 지금 이곳에서,

굳이 드는 칼을 들이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날이 번득이는 칼 대신,

칼날보다 날카로운 리성(理性)으로

짊어질 짐을 져내고 

헤쳐나갈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鐵이 鐵을 날카롭게 하듯

理性으로 理性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

 

잠든 理性을 깨워내고

잃었던 理性을 되찾아야 한다.

무뎌진 理性을 벼리어야 한다.

 

그리하여

손 위에 손을 포개고 

뜻을 모아 한 별을 우러러보며

 

한 고비 한 고비

저마다

또 함께

넘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