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다 萬 詩, 多 쓴 詩

[김남주] 오늘은 그날이다 3

미국이 필리핀을 먹을테니까 일본이 눈 감아주면

일본이 조선을 삼켜도 미국은 입 다물고 있겠다며

가쓰라와 태프트가 비밀협약했던 날이다

그날을 아느냐 친구야

어찌 우리 모르랴 그날의 협잡을

 

오늘은 그날이다

도둑처럼 뒷문으로 일본군이 빠져나가자

침략처럼 앞문으로 미국군이 쳐들어온 날이다

그날을 아느냐 친구야

어찌 우리 모르랴 그날의 절망을

 

오늘은 그날이다

종남산(終南山) 꼭대기에 일장기가 내려지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태극기가 휘날릴 줄 알았는데

군정청 하늘에 성조기가 오르던 날이다

그날을 아느냐 친구야

어찌 우리 모르랴 그날의 배신을

 

오늘은 그날이다

38선으로 조선을 갈라먹자고

미국이 제안하고 소련이 동의했던 날이다

그 날을 아느냐 친구야

어찌 우리 모르랴 그날의 분노를

 

오늘은 그날이다

꼭두각시 리승만이 미국에 불려가더니

돌아와 하지와 사바사바하더니

남쪽 하늘에 단정수립의 풍선을 띄우던 날이다

아느냐 그날을 친구야

우리 어찌 모르랴 그날의 음모를

 

오늘은 그날이다

남과 북으로 조국이 두 동강나던 날이다

긁어모아 친일 매국노를 긁어모아

긁어모아 친일 자본가를 긁어모아

긁어모아 친일 지주들을 긁어모아

인간 쓰레기들을 긁어모아

이남에 리승만이가 괴뢰정부를 세우던 날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제까지만 해도

산 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항일투쟁을 했던 이들은

리승만의 적의 되어 역적으로 몰리던 날이고

어제까지만 해도 어제까지만 해도

항일 애국투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투옥하고 학살했던 자들은

‘건국의 공로자’가 되어 종로 네거리를 활보하던 날이고

분단의 조국을 막고자 38선을 넘나들던 김구 선생이

리승만의 비수에 맞아 38선을 베고 쓰러지던 날이다.

 

 

("오늘은 그날이다 3" 「조국은 하나다」, 도서출판 南風, 1988, 214-215쪽)

(미제(米帝)의 개 ‘이승만’을 "리승만"으로 바꾸어 옮겼다.)


(3연의 종남산(終南山)은, 현재 반도땅 서울 중구에 있는 260m짜리 '남산'이 아니라, 대륙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곧, 장안(長安)) 남쪽에 있는 해발(海拔) 2600m 높이의 산이다. (조작(造作)되지 않은) 조선사(朝鮮史)에서 목멱산(木覓山) 또는 남산(南山)이라 불려온 바로 그 산이다. 진령산맥(秦領山脈)에 속해 있으며, 이 산맥의 서쪽에 표고(標高) 3,700m가 넘는 태백산(太白山)이 있고, 동쪽에 높이 2,000m에 달하는 화산(華山)이 있다. 모두 朝鮮史에 나오는 산들이다.)

-----------------------------------------------------------

 

2연에서 "침략처럼"이라 했으나, 미군(米軍)은 실제로 침략군(侵略軍)으로 들어왔고 지금도 侵略軍으로서 남녘땅을 점령(占領)하고 있다.

 

1945년 9월 8일 米軍 제24군단 제7사단 17보병연대가 인천항을 통해 상륙하는 모습 (米國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자료)
1945년 9월 9일 오후 조선총독부가 자리 잡고 있던 중앙청에서 일장기(日章旗)를 내리고 성조기(星條旗)를 올리는 모습 (米國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자료)


김구(金九, 1876-1949) 선생께서 1949년 6월 26일 쓰러지시기 훨씬 전인 1947년 7월 19일, 려운형(呂運亨, 1886-1947) 선생께서 먼저 쓰러지셨다. 그때 이미 분단(分斷)이 분명히 예고되었던 것이다.

 

建國同盟 盟員들과 呂運亨 先生 (사진출처: https://mongyang-archives.org/exhibits/show/politician/p-01)

 

呂運亨 先生께서 피습당하신 혜화동 현장
몽양기념관(夢陽紀念館)에 전시 중인 만장(輓章) (이상 5장 사진 출처: https://mongyang-archives.org/exhibits/show/politician/p-05)